지킬 박사와 하이드 (Dr. Jekyll & Mr. Hyde)는 4명이서 할 수 있는 2:2 팀 플레이 카드 게임입니다. 지난 번에 소개했던 "매운 음식"처럼 트릭테이킹 카드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규칙서에는 3~4인 게임이라고 나오지만, 아무레도 2:2로 할 수 있는 4인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드 게임에서 팀 플레이 게임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 이 게임은 그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보드게임에서 사용하는 게임 구성품은 딱 30장의 카드 뿐입니다. 그것만으로 아주 멋진 재미와 깊이가 있는 게임입니다. 28장은 실제 게임에서 플레이하는 카드이고, 2장은 아래 사진에서처럼 게임 테이블 가운데에 누가 지킬 박사 팀이고, 누가 하이드 팀인지 표시하는 카드입니다. 1장은 같은 팀원끼리 서로 마주보는 경우에 쓰고, 다른 한 장은 같은 팀원끼리 서로 옆에 앉아있을 때 사용합니다.



이 28장의 카드는 지킬 박사 카드 14장과 하이드 카드 14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카드 앞면 위쪽 모서리에 주황색 배경의 플라스크 아이콘이 그려진 카드가 지킬 박사 카드이며, 남색 배경의 모자 아이콘이 그려진 카드가 하이드 카드입니다. 이 두 종류의 카드는 아래 사진처럼 뒷면도 서로 다릅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카드 각 14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인물이 그려진 카드 5장 : 각 카드 모서리에 A1, B1, C1, D1, E1 이 적혀있습니다.

2. 배경이 그려진 카드 5장 : 각 카드 모서리에 F3, F4, F5, F6, F7 이 적혀있습니다.

3. 활동 및 감정 카드 3장 : 각 카드 모서리에 x1, x2, x3 이 적혀있습니다.

4. 변신 카드 1장 : 카드 모서리에 ☆이 그려져있습니다.


게임이 종료되었을때, 팀별로 자신들이 먹은 카드를 가지고 점수를 계산합니다. 점수는 (자기팀과 상대팀 알파벳 카드의 숫자들의 합) x (자기팀 x1, x2, x3 카드의 숫자의 합) 입니다. 만약 자기 팀 곱하기 카드를 하나도 못 먹으면 무조건 0점이 됩니다.



이 게임은 트릭테이킹 게임이기 때문에 선부터 각자 1장씩 자기 앞에 내고, 그 4장 중 가장 강한 카드를 낸 사람이 그 트릭 4장을 먹습니다. 그리고 트릭을 먹은 사림이 다시 선이 되어서 또 카드를 냅니다. 각자 7장씩 갖고 시작하기 때문에 총 7번의 트릭이 진행됩니다.


카드의 세기는 카드의 "알파벳" 순서입니다. A가 B보다 강하며, B는 C보다 강합니다. 만약 같은 알파벳이 두 개 나왔다면 먼저 나온 카드가 이깁니다. 알파벳이 써져있지 않은 x1, x2, x3 카드는 알파벳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그려진 변신 카드는 알파벳 카드보다 강합니다만, 이 카드로 이길 경우 트릭을 먹지는 못하고 카드를 그대로 둔채로 다음 트릭의 선이 됩니다. 남겨진 카드는 다음번 트릭을 먹은 사람이 함께 먹게 됩니다.


게임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팀을 결정하고 자리에 앉고, 선을 정합니다. 그리고 28장의 카드를 잘 섞어서, 각자 7장의 카드를 나누어줍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손에 지킬박사 카드와 하이드 카드가 불규칙하게 섞여있게 됩니다. 그리고 선부터 시작합니다.

카드를 낼 때 지켜야하는 규칙은 딱 하나입니다. 지킬 박사 팀은 지킬 박사 카드만 낼 수 있으며, 하이드 팀은 하이드 카드만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자기 손에 자기팀 카드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여기서 이 게임의 가장 특이한 점이 나옵니다.



이 게임에서는 자기 카드를 꼭 자기 손에 있는 카드로 낼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차례에 다른 사람을 지명해서 그 사람에게 자기 카드를 대신 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게 팀원일 수도 있고 상대편일 수도 있습니다. 요청할 때는 "특정 카드를 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누가 내 카드를 대신 내줄지만 정할 뿐입니다. 그래서 순서와 함께 상대방의 카드 수를 잘 고려해서 누구에게 내달라고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특징이 제가 이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입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을 하다보면 아무레도 늘 생각하는게 "카드 운"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트릭을 많이 먹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를 예측하게 하고, 그 예측이 성공했을 때 보상을 주지만, 그렇다 해도 카드 운이 매우 좋은 사람을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드레프트를 사용하기도 하죠. 모든 보드게임이 운과 그 운을 극복하기 위한 실력,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죠.


제가 생각하는 이 게임의 재미와 장점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아무리 내 카드가 별로여도, 내 카드를 꼭 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상대방 카드를 내가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어떤 타이밍에 누구의 카드를 내 카드로 사용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이 게임의 승패를 결정적으로 가르는건 운보다 상황 판단과 심리전, 그리고 팀웍입니다.


이 게임의 두 번째 장점은, 카드 종류와 그 수가 매우 적다는 점입니다. A~E까지 1장씩, F가 5장, 곱하기 카드 3장, 변신 카드 1장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카드 카운팅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저로서는 보통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 카드 카운팅을 하는게 좀 힘들더군요. 기껏해봐야 한 가지 무늬 정도나, 가장 강한 카드들만 몇장 기억할 뿐이죠. 이 게임은 그런 장벽이 매우 낮습니다.



제가 느낀 이 게임의 장점을 요약하면 3가지 입니다.


첫째, 딱 30장의 카드 뿐이기에 휴대성이 매우 좋다. (박스는 어이없이 크지만.;)

둘째, 카드 운보다 상황 판단과 심리전, 팀웍이 승패를 결정적으로 가른다.

셋째, 규칙이 단순하면서 카드 카운팅이 쉽다.


제가 최근에 해본 트릭 테이킹 게임 중에서 휴대성 대비 가장 게임성이 뛰어난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저는 4명이 모이면 언제든 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 위의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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